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유아기 성행동을 어떻게 보아야하나
    20**_일기 2019. 12. 5. 13:46

    이번 아동간 성폭행 사건을 두고 이걸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어떤 접근을 해야할까 고민이 많이 들었다. 

    나조차도 유아기 성행동에 대해 무지하니 유아간 성폭행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관점이란 게 있을리 있나. 이럴 땐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고민하던 선생님들의 말을 듣는 것이 첫번째 할 일. 그래서 찾아보았다. 

    <유아들의 성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서천석의 행복한 아이 연구소 https://www.facebook.com/drsuh/posts/1679388835415464?hc_location=ufi

    만 2세부터 6세까지의 유아들도 성적인 행동을 한다. 8년 전 라디오 <여성시대>의 '우리 아이 문제 없어요' 코너에서 처음으로 유아 자위행위에 대해 상담하려 하자 담당 PD가 걱정을 했다. 이런 문제를 다뤄도 괜찮을까요? 너무 드문 문제아닐까요? 그런 반응에 놀란 것은 나였다. 유아들의 자위 행위가 얼마나 흔한데. 또 골치 아파하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다들 쉬쉬하다 보니 자기 아이가 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방송을 했고 자주 다뤘다. 이젠 더 이상 '애들도 그런 경우가 있어요?' 같은 질문은 받지 않는다.

    유아들의 자위 행위를 잘못 다뤄 성인기에 성적 장애를 갖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자위 행위에 몰입하면 무척 당황한다. 자신들의 성적 행위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며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저럴 수 있나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자위행위는 사춘기 이후의 자위와는 완전히 다르다. 물론 아이들도 자위행위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하지만 성인기의 성적 쾌락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성적 환상을 갖고 있지 않고 자위 행위를 성 행위와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신체 자극 놀이의 하나다.

    자위 행위는 그나마 자기 혼자 하는 놀이지만 다른 아이들과 연결해서 성적인 놀이나 행위를 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잘잘못을 따지게 되고 가해자, 피해자 이야기가 나오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아기 성적 행동은 정상 범위에 있는 행위다. 무엇보다 성적 행위의 동기도, 의미도 성인기와 다르다. 대개는 호기심에서 시작하며 놀이의 일종이다. 물론 정상 범위라고 그대로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성교육을 해야 하고 사회화를 시켜야 한다. 다만 교육적 접근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교육적 접근의 방향은 분명하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성적 행동은 혼자 있을 때 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 앞에서 해선 곤란하다. 둘째, 다른 사람의 소중한 부분에 손을 대선 곤란하다. 상대를 존중해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좋으려고 남이 싫은 일을 해선 안 된다. 셋째, 혹시 누군가 네 소중한 부분에 손을 대면 부모나 다른 어른에게 꼭 말해야 한다. 소중한 부분은 수영복으로 가려지는 부분이다.

    미국소아과학회(2016)는 유아기 성행동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대처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1. 정상적이고 흔한 행동

    - 혼자 있는 곳이든, 다른 사람이 있는 곳이든 자신의 성기를 만지거나 자위행위를 하는 것.
    - 친구나 새로 태어난 형제의 성기를 보거나 만지는 것(touch).
    - 자기 성기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
    - 다른 아이 곁에 너무 가까이 붙어서 서거나 앉는 것.
    - 친구나 어른들의 나체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 위의 행동들이 일시적으로 드물게 나타나며 주의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 사라지는 경우.

    2. 덜 흔하지만 정상적인 행동

    - 자기 몸을 다른 사람에게 부비는 것
    - 키스를 할 때 혀를 상대방 입에 넣으려고 하는 것
    - 또래나 어른의 성기를 만지는 것
    - 성행위와 관련된 동작을 어설프게 모방하는 것

    -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성적 행동이 가끔이지만 지속적으로 나타남. 다만 아이의 주의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을 때.

    3. 정상 아동에게서 보이는 흔치 않은 행동

    - 특정 성적 행동을 하자고 친구나 어른에게 요청하는 것
    - 성기 내부로 물체를 삽입하는 것
    - 성교 행위를 명백하게 모방하는 것
    - 동물의 성기를 만지는 것

    -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성적 행동이 자주 나타나며 부모가 주의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 지속적인 행위일 때.

    4. 정상 범위로 보기 어려운 것

    - 4살 이상 차이가 나는 아이와의 성적 행위
    - 거의 매일 다양한 성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
    - 정서적인 스트레스나 육체적 고통을 초래하는 성적 행위
    - 다른 신체적인 공격 행동과 연결된 성적 행동
    - 상대에 대한 강압을 동반한 성적 행동

    - 성적 행동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아이의 주의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하면
    아이가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

    결국 세 가지를 주목해서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행위의 종류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얼마나 자주 유발하는지, 셋째는 주의를 분산시키면 잘 사라질 수 있는지다. 교육적 접근을 하고, 아이에게 다른 놀이를 제공하고, 성적 행동에 집착하지 않도록 유도했을 때 잘 반응을 보이면 심각한 것이 아니지만, 개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심각하게 바라본다.

    드물게 나타나는 행위이거나, 교육과 개입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좀 더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2. 덜 흔하지만 정상적인 행동'이 나타나면 아이의 생활 환경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상황적인 요소가 아이의 성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 내 환경이 성적으로 자극이 되지는 않는지, 새로운 형제가 태어나며 아이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교육기관이나 또래 관계가 아이를 자극하는 부분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

    만약 '3. 정상 아동에게서 보이는 흔치 않은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좀 더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아동학대나 방임, 폭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할 필요가 있다. '4. 정상 범위로 보기 어려운 것'이 나타난다면 전문가를 만나야 하고 아동보호기관과의 접촉도 고려해야 한다.

    유아들은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다. 성적인 흥미나 쾌락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기심을 충족하려고 성적 행위를 한다. 유아기의 성적 행위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성적 행위를 하는 아이가 어쩌면 신체적, 성적 학대의 희생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무분별한 성적 자극에 노출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이 어려울 수 있기에 좀 더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 아이가 가해자이기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아이가 심각한 피해자일 수 있기에 개입한다. 특히 다음 다섯 가지 경우라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첫째, 자주 나타나고 교육적 접근으로 교정이 안 될 때.
    둘째, 자기 자신이나 다른 아이에게 정서적, 신체적 고통이나 상처를 남길 때.
    셋째, 신체적인 폭력을 동반할 때
    넷째, 강압이나 강요를 동반할 때
    다섯째, 성인의 성적 행동을 그대로 모방할 때

    이런 경우라고 해서 아이가 학대나 방임을 당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드시 치료나 개입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주의 깊게 이모저모를 살펴봐서 심각한 위험을 예방하고,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예방이고, 예방을 위해선 교육이 필수이다. 예전에 봤던 논문 '"Bend a fish when the fish is not yet dry”: Adolescent Boys’ Perceptions of Sexual Risk in Tanzania'에서도 청소년기 안전하지 못한 성행위가 HIV 감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청소년기 이전에 성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물고기가 마르기 전에 구부려라... 

    논문: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359081/

    '20**_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12.18  (0) 2019.12.18
    Science지에 실린 'A mother's guilt'  (1) 2019.12.09
    남은 2019년 목표와 2020년  (0) 2019.12.05
    아이한테 배우기도 하고  (0) 2019.10.28
    변수  (0) 2019.10.23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