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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선애인터뷰집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을 읽고
    20**_일기 2021. 2. 7. 20:54

    최근 10일간 마음이 평온해지는 책과 영화만 찾았다. 영화는 무조건 해피엔딩으로. 큰 고민 없이 볼 수 있고, (불편한 말들이 나올까) 조마조마하지 않는 책들만 보려고 무지 애썼다. 

    1.영화 <윤희에게>

    2.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 

    3. 유선애인터뷰집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영화 <윤희에게>는 세번째 봤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하는 결말이 아니지만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역시나 현실을 그린 영화인만큼 불편한 존재가 없을 수 없다. 비중으로 따지면 고작 5분도 안 나온 새봄아빠. 전남편인데도 불쑥 찾아오고 불편한 질문임에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새봄아빠가 새봄이에게 "너희 엄마는 사람을 좀 외롭게 한다"는 말을 하는데, 감독은 새봄아빠를 '꼬인 실타래' 같은 존재하고 한다. 그걸 윤희가 풀어주길 바라고, 그것 자체가 폭력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엔 자기의 실타래를 스스로 풀힘이 없는 남성들이 많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평온하려고 본 영화인데 난 또 왜 새봄아빠 땜에 힘들어하고 있나...!)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은 이솜, 고아성, 박혜수 배우 연기 밖에 안 남는다..

    뜻밖에 힘을 얻은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편집자 유선애 작가님이 10명의 90년대생들을 인터뷰하고 엮은 책이다. 한 명 한 명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일단 먼저 쓰고 싶은 말은 이 10명의 여성의 이야기가 내가 겪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앞으로 꾸역꾸역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한동안 힘든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졸업이 다가올수록 불안하고 초조했다. 돈을 받고 원하는 연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막막하고 초조함. 학부 졸업 때와는 또 다른 초조함인데,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견뎌야하는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작은 친절에 보답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는데, 내 공부를 위해 몇 년동안 주위 사람들이 나한테 베푼 친절에 대해 조금도 보답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결국 이렇게 불안하고 초조한 건 모두 내 탓이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대학원을 선택했고, 혼자서 할 수 있다고 고집부렸고, 내가 가족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그래서 이에 대해 힘들다거나 막막하다고 불평을 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더 나은 상황을 바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어쨋든 내가 시작한 길이니까 끝을 내는 것도 오롯이 나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인생이 하나 때문에 힘든 게 아니듯, 공부나 진로 말고도 나를 괴롭히는 건 많았다. 혼자 버티다 생각이 많아져 잠을 못자게 되었고, 집중을 할 수 없었고, 피곤한 몸으로 겨우 정신차리며 꼭 해야하는 일들만 하게되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에 잠을 잘 수 있게 되면서 많은 것들이 괜찮아졌다. 앞이 보이지 않던 미래가 활짝 폈다거나 그렇진 않다. 여전히 막막하지만 적어도 다시 그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만큼 힘이 생겼다. 왜 더 빨리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나 후회했다. 

    연대는 정말 중요하다.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에는 여성 10명의 연대에 대한 시각을 정리했는데, 누군가는 연대를 나를 지지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는 일이라고 했다. 불안과 소외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존재. 또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해도 누군가가 보내는 지지와 사랑이 우리가 하는 일을 오래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특히 김초엽 작가님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만이 여성들을 미래로 나아가게 한다고 했다.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많이 속상하다. 시대착오적인 시각을 가진, 잘못된 사람으로 인해 내 소중한 사람이 작아지는 걸 지켜보는 건 마음이 꽤나 아픈 일이다.. 그래서 당사자는 쉽지 않겠지만, 나는 '그 사람을 무시하자'고 애써 말한다. 잘못된 사람을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우리의 큰 힘이 들어가고, 옳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도 이렇게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라는 걸 (적어도 내 자신은 나를 소중히 여겨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생각하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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