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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20**_일기 2021. 1. 20. 13:21

     

    어린이라는 세계.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라며 친구가 건네주었다.

    아동 서적 편집자로 오랫동안 일하시고 지금은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김소영 작가님. 작가님의 일상에 들어온 어린이를 가까이 보면서, 어린이의 세계에 진입하신 경험을 나눠주신다. 작가님은 어른들이 단지 ‘어린이’ 타이틀을 가졌던 유년시절을 경험했다고 아이의 마음을 잘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어린이를 경험하기 때문에 어린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존중하기 위해선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함을 말하고 있다.

    작가님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 준 덕분에 나는 조금은 쉽게 어린이라는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어린이는 발이 금방 크니 새로운 신발을 더 접하게 되고, 원래 헷갈리던 왼쪽 오른쪽 구분은 더 어려워지면서 신발을 ‘똑바로’ 신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래서 함께 하는 어른은 기다릴 줄 알아야하는 것도 작가님 덕에 공짜로 배웠다. (이건 육아서적이 아니고 인문학 서적이다!!)

    윤가은 감독이 “어린이를 온전히 마주하는 경험은 결국 우리 안에 오랫동안 꽁꽁 숨겨 둔 가장 작고 여린 마음들을 다시 꺼내 들여다보고  천천히 헤아리는 시간이라는 걸.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와 마음,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우리 자신을 향해 있다는 걸.” 이라고 한 말과 같이, 놀랍게도 나 역시 내 어린시절을 계속 떠올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좋은 기억도 있지만 사라졌으면 하는 기억들도 있다. 어린이었던 나를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지 못한 어른들의 말과 행동들이다. 그런 기억이야 숱하게 있지만, 아버지의 체벌이 그랬다. 부모가 되어보니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 자식을 때린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걸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를 어떤 마음으로 혼내고 때렸을까. 나를 혼내고 며칠동안 괴로우셨을까, 아님 고쳐지는 내 모습을 보고 체벌의 효과에 놀라고 계속 그 방법을 택하셨을까. 모르겠다.  

    한 때 오은영 박사가  출연했던 (지금은 나한테도 오은영느님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아이를 제지할 때 꽉 잡고서 움직일 수 없게 하는 훈육법이 나왔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오는 유명 프로그램에서 올바른 훈육이라고 홍보를 해댔고, 그래서 많은 부모가 따라했다. 아이 입장에선 자기보다 훨씬 큰 사람이 움직이지도 못하게 꽉 잡고 있는게 두려움 그 자체였을텐데, 그 땐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체벌도 그랬겠지. 그 때 그 시절엔 아이를 '사랑의 매' (사랑의 매라니. 진짜 웃김)로 때리는 게 티비에도 나왔고, 주변 대부분 부모가 그랬으니까 그랬겠지. 많은 시간은 아니고, 아주 가끔씩, 일상 생활하다 조금 지루할 때 어린 시절의 아버지의 체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어린시절의 체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훗날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걸 이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폭력의 가해자의 일생이 어땠는지 전혀 궁금해하지 말고,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가해자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을 범행을 정당화하는 데 소비하는 것은 학대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학대 대물림은 범죄자의 변명에 확성기를 대 주는 낡은 프레임이다. 힘껏 새로운 삶을 꾸려 가는 피해자들을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예비 범죄자’로 보게 하는 나쁜 언어다." -본문 중

    아이를 때리면 안되는 이유는 당연히 너무나 많다. 학대는 아이를 아프게 하고, 아이의 존엄을 무너뜨리고, 상처를 남기니까. 아동학대는 여전히,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절망적이다. 그렇다고 계속 절망만 하기엔, 너무 쉽다. 절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을 수 있고, 무엇을 맡겨도 기꺼이 받아주지만 희망은 그 반대라 어렵다. 갖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요구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심지어 절망할 각오도 해야된다. 그럼에도 나아가려고 살아가는 거니까, 나아가려면 눈 감을 수 없으니까 맞서야한다. 죽음과 삶 중 선택이라는 게 그런 것이니까. (라고, 새해니까 다소 희망적으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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